1999년 6월 30일 새벽, 이상학 씨의 집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. 발신자는 막내 처제. 다급한 목소리로 당장 텔레비전을 켜보라고 재촉하는데, 곧이어 믿을 수 없는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. 세라가 캠프를 떠난 그곳임을 알게 된다. 텔레비전 화면 속 화마에 휩싸인 건물은, 이상학 씨의 딸 세라(7세)가 전날 생애 첫 캠프를 떠난 바로 그곳이었다. 아비규환이 된 수련원 숙소엔 무려 550명의 사람들이 묵고 있었고, 대부분은 세라 또래의 5~7세 아이들. 화재 진압 후, 잿더미로 변해버린 숙소 건물에서 하나.. 둘... 시신이 발견된다. 작동하지 않은 화재경보기와 소화기, 신고 후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소방차... 수많은 퍼즐의 조각들이 참사를 그려내고 있었다. 그리고 그날 희생된 아이들 곁에 선생님이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슬픔은 분노로 변해버렸다. 아이들을 지켜야 할 선생님들은 불이 나던 순간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. 믿기지 않는 참혹한 진실에 유족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가고, 이어진 무력감과 비통함에 결국엔 이 나라를 떠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.